[일베]-블리자드

내 목숨을 오그리마에.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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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R2-D2 작성일17-01-11 20:25 조회1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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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후."


나지막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철갑으로 뒤덮인 웅장한 성벽에서 울려 퍼지는 웃음소리였다. 웃음을 터뜨린 주인공은 근엄한 갈색의 오크였다. 만물을 내려다 볼 위엄과 기품을 간직한 채 성벽 위에 우뚝 서서 이유 모를 미소를 흘리고 있는 것이다. 그는 얼라이언스에겐 폭군이라 불리는 호드의 대족장 가로쉬 헬스크림이었다.


그가 서 있는 곳은 난공불락의 절지인 오그리마. 가장 강한 자들 외에는 그 어떤 생명체에게도 거주를 허락하지 않는 곳에 가로쉬가 와 있는 것이다. 그는 뜻 모를 미소를 머금은 채 성벽의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짙은 안개 때문에 정경을 제대로 분간하기 힘들었지만 그렇다고 오랜 전투경험으로 단련된 대족장의 시야를 방해할 수는 없었다. 잠시 후 가로쉬의 입술이 벌어지며 조용한 독백이 흘러나왔다.


"바인. 너도 결국 타성을 벗어나지 못했구나."


뭔가 여운을 남기는 음성. 내용과는 달리 가로쉬의 얼굴에는 담담함이 가득했다. 마치 모든 것에 달관한 초월자의 표정처럼...


"무척 흐린 날씨로군. 마치 호드의 불투명한 앞날을 예고하는 것처럼 말이야."


가로쉬의 눈동자에 서린 빛이 점점 짙어가고 있었다. 그는 조금 전 바인 블러드후프가 남기고 간 말을 곱씹어보고 있었다.


'왜 그렇게 얼라이언스를 무찌르려고 안달이 나 있소? 대족장 당신은 심지어 개인적으로도 그들에게 해를 입은 일이 전혀 없잖소. 난 가겠소. 그리고 두 번 다시 당신을 따르지 않을 것이오.'


바인은 그 말 한 마디를 남기고 떠났다. 가로쉬는 떠나가는 그를 잡지 않았다. 게다가 그에게 그 어떤 제재도 가하지 않았다. 그는 호드 내에서 지도자로서의 뛰어난 역량과 온후한 덕을 갖춘 이였고 본의 아니게 그의 아버지를 해쳤던 가로쉬에게는 애당초 그에게 위해를 입힐 생각이 전혀 없었다. 바인이 두 번 다시 자신을 따르지 않겠다며 떠나갔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후 가로쉬는 한동안 생각에 잠겨 있었다. 잠시 후 나지막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바인. 너는 모른다. 우리 호드를 구성하는 종족들의 운명이 점점 멸종으로 귀결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비장한 어조와는 달리 가로쉬의 눈동자는 심연처럼 가라앉아 있었다.


"인간이란 정말 무서운 종족이다. 그들의 지식 습득과 발전속도는 그 어떤 종족도 따르지 못할 정도지. 비록 지금은 호드가 얼라이언스에게 어느 정도는 대항할 수 있지만 이런 팽팽한 정세는 오래 가지 못한다. 내 짐작대로라면 호드는 머지않아 인간을 필두로 한 얼라이언스에 밀려 설 땅을 잃어버릴 것이다. 물론 오크뿐 아니라 다른 종족도 함께 멸망의 길을 걷겠지만……."


가로쉬는 지금 안개에 묻혀 희미해진 정경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바로 자신이 속한 종족과 호드의 불투명한 미래를 관조하고 있었던 것이다.


"얼라이언스는 풍요로운 자원과 높은 기술력을 갖추었고 인구와 경제력에서 호드는 점차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 그들이 지닌 실질적인 국력은 이미 호드의 세 배를 상회하고 있지만 애석하게도 호드의 중요한 인물들은 절실히 깨닫지 못하고 있지. 이처럼 발전 없이 정체를 거듭하다 보면 호드는 언젠가 얼라이언스에게 멸망될 수밖에 없다."


가로쉬의 눈동자에 문득 안타까움이 서렸다.


"얼라이언스를 연구하고 그들의 장점을 배우고 우리의 약점을 극복하는 데 내 목숨을 바쳤다. 모든 것을 깨달은 뒤 호드를 부흥시키기 위해  수 년 동안 동분서주했지만 결과가 이런 꼴이라니……."


하지만 가로쉬의 표정에서 한 점의 후회도 찾을 수 없었다.


가로쉬는 조용히 볼진을 떠올려보았다. 나태하게 오그리마에만 안주하는 검은창 트롤들에게 근거지인 메아리섬을 되찾게 해주고 싶어서 일부러 자극했었다. 그로 인해 볼진과의 사이가 틀어지고 결국  적이 되어버려 계획에 결정적인 차질이 빚어지긴 했지만, 가로쉬는 사실 볼진을 원망하지는 않았다. 단지 자신의 진심을 몰라주는 것이 조금 섭섭할 뿐이었다.


"비록 칼림도어에서 호드의 입지를 넓히려고 전쟁을 일으킨 게 사실이긴 하지만 사심은 전혀 없었다. 머지않아 얼라이언스에게 밀려 역사의 뒤안길로 밀려날 것이 분명할 호드의 운명을 바꿔보려 한 것이니까."


인간이란 종족을 떠올려 보자 가로쉬의 표정이 서서히 상기되고 있었다.


"인간이란 정말 놀라운 종족이로군. 신체적인 조건에서 뭐 하나 내세울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날 놀라게 하다니 말이야. 스톰윈드가 1차 대전쟁 때 폐허가 되고 아서스에 의해 로데론이 쑥대밭이 되었어도 인간들은 겨우 수 년만에 예전의 위상을 되찾고 번영을 일구어내었다. 아니 더욱 발전시켰다는 것이 정확한 판단이겠지? 난 인간들의 저력이 무섭다. 또한 인간들로 인해 머지않아 대륙에서 사라질 우리 오크와 호드의 운명 역시 안타깝다. 하지만 내 능력이 모자라서 여기까지밖에 못 왔구나."


가로쉬는 조용히 고개를 돌려 남쪽을 쳐다보았다. 저 너머 있는 칼바위 언덕에 그에게 등을 돌린 옛 호드의 일원들이 있을 것이다. 가로쉬의 입가에 얼핏 슬픈 미소가 스쳐지나갔다.


"바인 뿐만 아니라 각 종족의 대표들은 이런 사실을 알지 못한다. 그저 운명의 테두리를 맴돌며 현실에 안주하다 인간과 얼라이언스에게 밀려 흔적도 없이 사라지겠지?"


생각을 거듭하던 가로쉬의 눈동자에 별안간 광망이 치솟았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나진 않는다. 비록 그들에게 버림받긴 했지만 내가 속한 호드의 운명을 그대로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가로쉬의 눈동자가 서서히 불타오르고 있었다.


"마지막 싸움에서 내가 살아남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호드의 미래를 위해서는 언제든지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다. 이대로는 머지않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호드에게 내가 유일하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오직 이것뿐이다. 떠나간 그들이 날 버렸을지언정 난 결코 내 백성들을 버릴 수 없으니까……."


비장함이 감돌고 있는 가로쉬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아마도 호드의 적지않은 생명들이 희생되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민간인들과 경험없는 어린 전사들을 아즈샤라에 대피시켜놓았고, 용맹한 코르크론(Kor'kron)은 나와 함께 끝까지 분투할 것이다. 우리의 보금자리를 지켜낼 수만 있다면 살아남은 호드의 일원들은 이 땅 위에서 대대손손 자리잡을 수 있다."


가로쉬는 불타오르는 듯한 눈을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잔뜩 찌푸린 하늘은 좀처럼 맑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가로쉬는 그런 하늘을 쳐다보며 준비해 놓은 계획을 하나하나 떠올려 보았다.


"얼라이언스와 그들은 반드시 오그리마로 온다.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없을 테니까……."


그들 연합세력의 진정한 힘을 떠올리자 가로쉬의 얼굴에 씁쓸한 미소가 맺혔다.


대족장은 한 켠에 내려두었던 피의 울음소리를 다시 집어들었다.


"그 어떤 일이 있어도 오그리마를 지켜내야만 한다. 그래야만 호드가 아제로스에서 존속할 수 있다. 


아버지. 저에게 이들을 지켜내고 미래를 개척해나갈 용기와 힘을 주시옵소서. 


록타 오가르! 호드를 위하여!"


굳건하게 되뇌이는 가로쉬의 얼굴에는 반드시 오그리마를 수호하겠다는 다짐이 새록새록 떠오르고 있었다.

댓글목록

06halo님의 댓글

06halo 작성일

지랄하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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